아이 가방에서 찢긴 공책이 나와 캐물었더니 봄부터 같은 반 몇 명에게 시달려 왔다고 합니다. 더 놀란 것은 담임이 그 장면을 보고도 그러지 말라고만 하고 넘어갔다는 말이었습니다. 학교폭력예방법은 교사가 폭력의 낌새를 알았을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정해 두었고, 그 의무를 지킨 교사를 보호하는 조문과 지키지 않은 학교를 어떻게 다루는지도 적어 두었습니다. 보호자가 확인할 수 있는 조문과 그다음 걸음을 정리했습니다.
교사에게는 어떤 의무가 있나
제20조 제1항은 학교폭력 현장을 보거나 그 사실을 알게 된 사람은 누구든 학교 등 관계 기관에 즉시 신고하도록 합니다. 교사만의 의무가 아니라 모든 사람의 의무입니다.
교원에게는 한 줄이 더 붙어 있습니다.
같은 조 제4항은 학교폭력의 예비·음모 등을 알게 된 사람은 학교의 장이나 심의위원회에 고발할 수 있다고 하면서, 교원이 알게 된 경우에는 학교의 장에게 보고하고 해당 학부모에게 알려야 한다고 정합니다. 일반인에게는 선택이지만 교원에게는 의무입니다. 실제 폭력이 일어나기 전 단계인 예비·음모를 알았을 때조차 그렇습니다.
보고를 받은 학교장은 제14조 제4항에 따라 지체 없이 사실 확인에 들어가야 합니다. 담임의 판단으로 멈추는 구조가 아닙니다.
면책 조문은 누구를 보호하나
2023년에 들어온 제11조의4 제3항이 있습니다. 학교의 장과 교원이 학교폭력 예방 및 대응을 위하여 관계 법령에 따라 학생생활지도를 한 경우, 그 지도가 관계 법령과 학칙을 준수한 정당한 학교폭력사건 처리나 학생생활지도에 해당하면 민사상·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규정입니다.
조건은 법령과 학칙을 지켰을 것, 그리고 정당한 처리였을 것, 둘입니다.
낌새를 알고도 보고하지 않은 경우는 제20조 제4항의 절차를 밟지 않은 것이어서 이 조문의 보호 범위에 들어가기 어렵습니다. 면책은 절차대로 움직인 교사를 위한 것이지, 움직이지 않은 교사를 덮어 주는 조문이 아닙니다.
축소·은폐
제19조 제2항은 학교의 장이 학교폭력을 축소 또는 은폐해서는 안 된다고 정합니다. 제11조 제11항은 학교의 장이나 소속 교원이 경과와 결과를 보고하면서 축소나 은폐를 시도한 경우 교육감이 교육공무원법과 사립학교법에 따른 징계위원회에 징계의결을 요구하여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재량이 아니라 의무로 적혀 있습니다.
학교가 알았다면 바로 해야 했던 일
학교가 사건을 인지한 순간부터 따라붙는 조치가 있습니다. 분리, 접촉 금지, 사실 확인이 그것입니다. 담임이 알았는데 학교장에게 전달되지 않았다면 이 조치들이 전부 늦어진 셈입니다.
| 조치 | 근거 | 내용 |
|---|---|---|
| 사실 확인 | 제14조 제4항 | 인지 즉시 전담기구 또는 교원이 가해·피해 사실 확인 |
| 분리 | 제16조 제1항 단서 | 피해학생의 반대의사 등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지체 없이 가해자와 피해학생 분리 |
| 접촉·보복 금지 | 제17조 제4항 | 인지 시 지체 없이 가해학생에게 접촉·협박·보복행위 금지 조치 |
| 심의위 통보 | 제20조 제3항 | 신고 통보를 받은 학교장은 심의위원회에 지체 없이 통보 |
| 교육감 보고 | 제19조 제3항 | 발생 사실과 조치 결과를 교육감에게 보고 |
따돌림은 제2조 제1호의2가 2명 이상의 학생이 특정 학생을 지속적이거나 반복적으로 공격해 고통을 주는 모든 행위라고 정의합니다. 몸을 다치게 하지 않아도 학교폭력입니다.
보호자는 지금 무엇부터 하나
감정이 앞서면 뒤에 필요한 기록이 남지 않으므로 순서를 지키는 편이 낫습니다.
- 아이의 말을 날짜, 장소, 관련 학생, 담임이 본 장면과 함께 적어 둡니다. 녹음보다 아이 손으로 쓴 메모가 낫습니다.
- 학교장 앞으로 서면 신고를 합니다. 담임에게 구두로 말한 것은 제20조 제1항의 신고가 이루어졌는지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 제14조 제6항에 따라 피해 사실 확인을 위한 실태조사를 전담기구에 요구합니다.
- 분리와 접촉 금지 조치가 언제 이루어졌는지 날짜를 확인해 둡니다.
- 학교의 대응이 늦거나 없으면 제11조 제2항에 따라 보고를 요구할 수 있는 교육감, 즉 교육청의 학교폭력 전담부서에 알립니다.
신고 때문에 아이가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하실 수 있습니다. 제20조 제5항이 신고를 이유로 한 불이익을 금지하고, 제21조 제1항이 신고자 관련 자료의 누설을 막습니다.
학교에 책임을 물을 수 있나
두 층으로 나뉩니다.
하나는 행정적 책임입니다. 축소·은폐에 해당하면 제11조 제11항의 징계의결 요구가 따르고, 교육감은 제11조 제2항에 따라 경과와 결과의 보고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보호자가 직접 징계를 청구하는 구조는 아니지만, 교육청에 사실을 알리는 것이 그 출발점입니다.
다른 하나는 민사 책임입니다. 민법 제750조는 고의나 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사람의 배상책임을, 제756조는 피용자가 사무집행에 관하여 가한 손해에 대한 사용자의 책임을 정합니다. 교사의 과실이 인정되면 교사를 고용한 쪽의 책임이 문제 될 수 있고, 국공립학교라면 국가배상법의 영역입니다. 교사가 언제 알았고 그 뒤 피해가 커졌는지는 보호자 쪽이 보여야 하므로 위의 기록이 그대로 증거가 됩니다.
확인할 것
· 담임이 장면을 본 날짜와 아이 말고 그 자리에 있던 학생
· 학교장에게 보고가 올라간 날짜 (없다면 없다는 답변 자체)
· 분리 조치와 접촉 금지 조치가 이루어진 날짜
· 전담기구 실태조사 요구서 접수증
· 상담 기록, 진단서, 피해 뒤 달라진 생활의 기록
가해 학생 쪽 보호자가 읽는다면
담임이 일찍 알리지 않은 사정은 아이의 행위 자체를 지우지 않습니다. 다만 학교가 제17조 제8항의 의견진술 기회를 건너뛰고 조치로 바로 갔다면 그 절차의 흠은 따로 다툴 수 있습니다.
그보다 먼저 할 일이 있습니다.
시행령 제19조는 조치를 정할 때 반성 정도와 양쪽 보호자 사이의 화해 정도를 고려하도록 합니다. 피해 학생 쪽에 바로 연락하기보다 학교를 통해 사과와 관계 회복의 뜻을 전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제17조 제4항의 접촉 금지가 이미 내려져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리
교원은 제20조 제4항에 따라 학교폭력의 낌새를 알면 학교장에게 보고하고 학부모에게 알려야 합니다. 그렇게 움직인 교사는 제11조의4 제3항의 보호를 받지만, 움직이지 않은 경우는 그 보호 밖에 있고 축소·은폐에 이르면 징계의결 요구가 의무로 따릅니다.
보호자가 할 일은 기록과 서면입니다. 학교장 앞 서면 신고, 전담기구 실태조사 요구, 분리와 접촉 금지의 날짜 확인이 먼저입니다. 학교가 움직이지 않으면 교육청 전담부서로 갑니다.
손해배상까지 생각하신다면 교사가 언제 무엇을 알았는지를 보이는 자료가 핵심입니다. 학교폭력 사건을 다루는 변호사와 자료를 정리한 뒤 어느 층의 책임을 물을지 방향을 잡으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학교폭력예방법 제2조, 제11조, 제11조의4, 제14조, 제16조, 제17조, 제19조, 제20조, 제21조 · 학교폭력예방법 시행령 제19조 · 민법 제750조, 제756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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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담임한테 말했는데 학교에서 아무 연락이 없습니다. 신고가 된 건가요?
제20조 제1항의 신고는 학교 등 관계 기관에 하는 것이고, 교원이 알게 되면 같은 조 제4항에 따라 학교장에게 보고할 의무가 있습니다. 다투어질 여지를 없애려면 학교장 앞으로 서면 신고를 다시 하고 접수 기록을 받아 두십시오.
교사가 면책된다는 조문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면 책임을 못 묻나요?
제11조의4 제3항은 관계 법령과 학칙을 지킨 정당한 처리와 생활지도에 대해 민사·형사 책임을 면하게 합니다. 보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는 그 조건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따돌림은 때린 것도 아닌데 학교폭력이 맞나요?
제2조 제1호의2는 2명 이상의 학생이 특정 학생을 지속적이거나 반복적으로 신체적 또는 심리적으로 공격해 고통을 느끼게 하는 모든 행위를 따돌림으로 정의하고, 제1호는 따돌림을 학교폭력에 포함합니다.
학교가 사건을 작게 만들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어디에 알리나요?
제19조 제2항은 학교장의 축소·은폐를 금지하고, 제11조 제11항은 축소·은폐 시도가 있으면 교육감이 징계의결을 요구하도록 합니다. 교육청의 학교폭력 전담부서에 날짜와 경위를 서면으로 알리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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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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